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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산업

[우먼타임스] [제약 돋보기] 여성 사내이사 앞세운 한미약품...R&D 혁신 속 세대교체

by 우먼타임스 2023. 6. 5.

&D 기반 고품질 의약품으로 역대 최대 매출 달성
100억 원 이상 매출 블록버스터 처방약 18종
창립 50주년 맞아 세대교체...R&D 혁신 이어가

 

우먼타임스 = 곽은영 기자

제약업계는 전통적으로 남성 중심의 보수적인 문화가 남아 있어 유리천장이 유난히 높은 업종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최근 R&D 비중이 늘어나면서 연구·개발 및 마케팅 분야에 포진해 있던 여성 인력의 임원 진출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우먼타임스가 국내 제약회사 가운데 여성 임원 비율이 높은 25곳을 중심으로 매출 실적과 함께 R&D 투자, 주요 신약 파이프라인, 지배구조와 경영 체제 등을 폭넓게 살펴본다.
네 번째 기업은 연구개발 중심으로 개량·복합신약 명가로 손꼽히는 한미약품이다. [편집자주]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는 한미그룹은 R&D 투자에 적극적인 제약사로 신약 투자 순환 구조가 잘 확립돼 있다고 평가 받는다. (한미약품)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는 한미그룹은 R&D 투자에 적극적인 제약사로 신약 투자 순환 구조가 잘 확립돼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올해는 양성평등 문화 확산 차원에서 여성 본부장을 한미약품 등기이사로 선임하고 새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등 세대교체를 본격화했다.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는 송영숙 대표이사 회장을 재선임하며 책임경영 강화 의지도 보였다.

한미약품은 그동안 제약업계 내에서도 높은 여성 임원 비율을 보이는 제약회사로 손꼽혀왔다. 작년 말 기준 전체 임원 대비 여성 임원 비율은 22.5%. 직전 해와 비교하면 6%가량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타 제약사와 비교하면 높은 비중을 보이고 있다. 

올해 주주총회에서 한미약품 여성 임원 가운데 유일하게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린 박명희 국내사업본부장은 덕성여자대학교 약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대학원 경영학 석사를 마친 후 화이자코리아 마케팅·관리책임자를 역임했다. 

다만 한미약품은 올해 1분기 기준 등기이사로 선임된 박 본부장를 제외하면 오너 일가인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을 포함한 여성 임원 모두가 미등기 임원이다.

◇ R&D 기반 고품질 의약품으로 역대 최대 매출 달성

한미약품은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회장이 1966년 서울 동대문구에 본인의 이름을 걸고 개업한 ‘임성기약국’에 뿌리를 두고 있다. 고 임 회장은 이를 기반으로 1973년 ‘한미약품공업주식회사’를 설립하고 오리지널 의약품을 복제한 제네릭으로 저변을 넓혀왔다. 

2010년부터는 매출액의 10% 이상을 R&D에 투자하며 개량신약, 복합신약, 혁신신약으로 이어지는 한국형 연구개발 전략을 펼치기 시작했다. ‘아모디핀’, ‘아모잘탄’ 등이 대표적인 제품이다. 

고 임 회장은 다른 제약사들이 복제약으로 매출을 올릴 때 혁신신약과 개량·복합신약 개발에 무게를 두고 자체 기술 개발에 몰두했다. 실제로 약 10년 전인 2013년 한미약품의 매출액 대비 R&D 비율은 15%를 넘어섰다. 이듬해에는 20%에 이르렀다. 

2015년 8조 원대 신약 개발 기술수출 기록은 국내 제약업계에 처음 있는 일로 글로벌 신약 개발의 문턱을 넘은 일로 회자되기도 한다. 한미약품은 이후에도 지속해서 혁신신약을 개발, 사노피, 얀센 등 해외에 기술 수출을 이어가는 성과를 냈다. 

한미약품은 2015년 1조 클럽에 입성한 이후 2018년부터 작년까지 5년 연속 1조 원 매출액을 유지해왔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10% 성장한 규모인 매출액 1조 3316억 원을 달성하며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한미약품은 2022년 매출액 1조 3316억 원을 달성하며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2015년 실적이 국내 최대 규모의 신약 라이선스 계약 성과로 낸 것이라면 작년에는 자체 개발 제품을 기반으로 낸 실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받고 있다. 한미약품의 작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581억 원, 1016억 원으로 최근 7년 사이 가장 높았다. 

원외처방 매출 국내 1위라는 기록도 유지했다. 지난해 원외처방 매출은 전년 대비 6.4% 성장한 7891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이상지질혈증 단일 복합신약 ‘로수젯’으로만 1403억 원의 처방 매출을 달성해 눈길을 끌었다. 이밖에 복합신약 제품군 ‘아모잘탄패밀리’, 역류성식도염 치료 개량신약 ‘에소메졸’,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한미탐스’ 등 18종이 100억 원대가 넘는 블록버스터 제품으로 기록됐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이는 다국적 제약사 등 외부에서 도입한 약품으로 이룬 상품매출이 아닌 자체 개발한 제품매출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크다. 현재 한미약품은 항암, 당뇨, 비만 등 대사성질환, 순환장애, 자가면역질환 등 다각도에서 개량·복합신약을 포함한 혁신신약 후보물질을 개발 중이다. 

한미약품은 국내 제약회사 가운데에서도 R&D 투자 비율이 높은 제약사로 손꼽힌다. 적극적인 R&D 투자로 많을 때는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이 20%를 넘어가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1779억 원을 R&D에 투자했다. 다만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용을 살펴보면 최근 2년 연속 10년 전과 비슷한 수준의 R&D 투자 비율인 13.4%에 머물렀다. 

이와 관련해 한미약품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매출이 커지면서 비율이 낮아졌지만 금액은 큰 변동이 없다. R&D 투자는 축소 없이 지속해서 확대하고 있다. 신약 개발은 임상 1·2·3상 단계별로 투자 비용이 차이가 난다. 예컨대 3상으로 갈수록 투자액이 늘어나는데 3상에 해당하는 품목이 진척되면서 생긴 차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 창립 50주년 맞아 세대교체...R&D 혁신 이어가

한미약품 송영숙 회장. (한미약품)

한미약품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과감한 세대교체를 이뤘다. 주주총회에서 새 대표이사로 박재현 제조본부장(부사장)을 선임했다. 박 대표는 1993년 한미약품 제제연구센터에 연구원으로 입사, 의약품 연구개발과 품질관리 및 생산 총괄 직무를 수행해 왔다. 아울러 서귀현 R&D센터장, 박명희 국내사업본부장도 사내이사에 선임했다. 

기존에 한미약품을 이끌던 우종수 대표이사는 작년 12월 퇴임 후 고문으로 위촉된 권세창 대표이사와 이관순 부회장과 함께 고문을 맡는다. 권 대표와 이 부회장은 R&D 부문 사업을 조언자로 지속해서 R&D를 지원할 예정이다.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에서는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을 재선임했다. 송 회장은 고(故) 임성기 회장의 배우자이자 오너 2세인 임종윤·임주현·임종훈 사장의 모친이다.

임종윤 사장은 한미약품 사장으로 미래전략 업무를, 임종훈 사장은 한미약품에서 그룹지원 업무를 맡고 있다. 장녀인 임주현 사장의 경우 한미약품 Globla사업본부, R&D센터, 경영관리본부 업무를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사내이사인 임종윤 사장을 제외하면 모두 미등기 임원이다. 

제약업계에서는 이번 재선임으로 오너십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했다. 한미그룹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는 책임경영을 위해 재선임된 송영숙 대표이사 회장 체제 아래 조직을 본부장 체제로 개편한다.

송 회장은 올해 초 시무식에서 경영 슬로건으로 ‘새로운 50년, Global 한미!’를 선포하고 “지난 반세기가 임성기 선대 회장의 역사였다면 앞으로 다가올 반세기는 한미약품그룹 임직원이 만들어가는 새 역사로 기록돼야 한다”며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송 회장은 “한미약품 앞에는 늘 ‘최초’와 ‘최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창조와 혁신의 나날이 이어졌다. 명실상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구개발(R&D) 중심 제약기업으로 우뚝 섰다. 올해 임성기 선대 회장을 뛰어넘기 위해 다 함께 힘을 내보자”고 전했다. 

한미약품이 경영진 세대교체와 새로운 비전을 통해 신약 R&D 과제를 얼마나 고도화하고 연구개발 역량에 집중할지 업계 안팎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