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호 제약기업...잦은 CEO 교체 속 4세 경영 돌입
1분기 매출 1000억 원 육박...사업 다각화에 방점
우먼타임스 = 곽은영 기자
제약업계는 전통적으로 남성 중심의 보수적인 문화가 남아 있어 유리천장이 유난히 높은 업종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최근 R&D 비중이 늘어나면서 연구·개발 및 마케팅 분야에 포진해 있던 여성 인력의 임원 진출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우먼타임스가 국내 제약회사 가운데 여성 임원 비율이 높은 25곳을 중심으로 매출 실적과 함께 R&D 투자, 주요 신약 파이프라인, 지배구조와 경영 체제 등을 폭넓게 살펴본다.
여섯 번째 기업은 올해로 활명수 126주년 맞은 국내 최장수 제약회사 동화약품이다. [편집자주]
올해 창립 126주년을 맞는 동화약품은 국내 최장수 제약사다. ‘부채표가 없으면 활명수가 아닙니다’라는 광고문구로 유명한 활명수와 상처치료제 후시딘과 같은 제품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다.
올해 126살이 되는 활명수는 ‘생명을 살리는 물’로 개발돼 당시 급체 등으로 목숨을 잃던 이들을 구하면서 한국 제약산업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해왔다. 현재 많은 이들이 찾는 ‘까스활명수’는 1967년 활명수에 탄산을 넣어서 개발한 제품이다.
◇ 잦은 CEO 교체 속 오너 4세 경영 본격화
동화약품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해방, 한국전쟁과 같은 격변의 시대를 거치면서 한국의 현대사와 맥을 같이 해왔다.
1937년 고 윤창식 사장이 동화약품을 인수하고 3남인 고 윤광열 사장이 경영권을 이어받아 1976년 기업을 공개했다. 1980년에는 덴마크 레오사와 기술제휴로 후시딘 연고를 출시하며 경영 기틀을 다졌다. 2005년 오너 3세인 윤도준 회장이 입사, 2008년 대표이사 회장직에 오르고 이듬해 동화약품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다만 동화약품은 ‘대한민국 1호 제약기업’이라는 화려한 수식과 오랜 역사와 달리 잦은 CEO 교체와 부진한 매출 등으로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동화약품은 2008년부터 동화약품 평사원 출신으로 ‘동화맨’으로 불리던 조창수 대표를 첫 전문경영인으로 내세우며 오너와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그러나 이후 전문경영인 대부분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자리를 떠나면서 부담이 큰 상황이 반복됐다.
조창수 대표 뒤를 이어 얀센 출신 박제화 대표, 한국화이자 출신 이숭래 대표, 일반의약품 사업부 출신 오희수 대표, 박스터코리아 출신 손지훈 대표, 질레트·존슨&존슨 출신 유광렬 대표, 이설 대표 등이 잇따라 선임됐지만 모두 중도 사임을 하면서 사내 보수적 기업문화와 오너 중심의 가족경영이 문제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후 동화약품은 2019년 3월 윤도준 회장에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각자 대표체제에서 전문경영인 단독 대표체제로 전환했다. 당시 베링거인겔하임 출신의 박기환 사장을 영입,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재편성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역시 사임하면서 2008년 이후 임기를 제대로 마친 CEO가 한 명도 없다. 동화약품이 업계 안팎에서 일명 ‘CEO 무덤’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10년 간 8명의 CEO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하차한 가운데 동화약품은 2021년 3월 신임 대표이사에 유준하 부사장을 선임했다. 유 대표는 동화약품 마케팅부로 입사해 영업본부, 인사총무실 등 30년 넘게 주요 부서를 두루 거친 동화맨이다.
이와 함께 동화약품은 오너 4세 윤인호 부사장을 중심으로 4세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윤 부사장은 윤도준 회장의 장남으로 지난해 3월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전문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윤 부사장은 미국 위스콘신주 매디슨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2013년 동화약품 재경·IT실 과장으로 입사해 2014년 CNS팀 차장, 2016년 전략기획실 이사, 2018년 일반의약픔 총괄사업부 상무, 이듬해 전무로 승진하고 등기임원에 오르면서 이사회에 합류했다. 2020년 최고운영자(COO)를 거쳐 지난해 부사장으로 선임됐다.
업계 안팎에서는 윤 부사장의 승진을 두고 동화약품이 가족경영의 고리를 더욱 죄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재 동화약품에는 윤 부사장의 누나인 윤현경 상무가 CSR팀 업무를 담딩하고 있다.
윤 상무는 윤 부사장보다 경영수업을 먼저 받아 왔지만 미등기임원에 보유 지분율도 낮아 경영승계에서는 벗어나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1분기 기준 동화약품 지분율을 살펴보면 윤 회장이 5.13%, 윤 부사장 2.3%, 윤 상무는 0.06%다.
◇ 1분기 매출 1000억 원 육박...사업 다각화에 방점
업계에서는 윤 부사장 체제 아래 의료기기와 디지털 치료제 개발 등 신사업 확장과 인수·합병으로 경영 전략에 방점을 찍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동안 전통 제약사로서 일반의약품에 무게를 둔 것과 달리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펼치며 AI, 디지털 치료제 등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서다.
동화약품은 2020년 9월 척추 임플란트 전문기업 메디쎄이를 인수, 의료기기 분야에 본격 지출했다. 메디쎄이 인수의 경우 창사 이래 첫 M&A로 윤 부사장이 주도적 역할을 맡았다고 알려진다. 당시 윤 부사장은 신사업 발굴 업무를 맡고 전략기획실을 총괄했다.
지난해에는 인공지능 기반의 신약 개발 벤처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디지털 치료제 전문 개발기업안 ‘하이’에 전략적 투자 결정까지 이어지면서 이러한 관점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동화제약은 하이의 주력 제품 범불안장애 치료제 ‘엥자이렉스’ 등 디지털 치료제의 국내 판매권에 대한 우선 협상권을 갖고 있다.
실적도 상승세다. 특히 유준하 대표체제로 접어든 2021년 이후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이다. 동화약품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404억 원, 299억 원으로 최근 5년 사이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는 매출이 1000억 원에 육박했다. 전자공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동화약품 올해 1분기 매출액은 994억 원으로 전년 대비 16.6%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동기간 34.6% 증가한 122억 원을 기록했다.
주력 품목은 활명수류, 판콜류, 잇치류, 정형외과 상품이다. 올해 1분기에는 코로나 특수와 엔데믹에 따른 감기 환자 증가 등으로 판콜이 전년 동기간보다 32.3% 성장했다. 치약 잇치도 같은 기간 84.6% 성장해 눈길을 끌었다.
업계에서는 동화약품이 지난해 3404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올해 1분기 매출이 1000억 원에 달한다는 면에서 한 해 매출 4000억 원 달성도 무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본지에 “2022년 및 2023년 1분기 실적은 전직원으로 노력으로 이뤄낸 결과다. 주요 품목인 활명수, 판콜, 후시딘, 잇치 등의 제품 판매가 꾸준히 증가했다. 사업다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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