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5가 보령약국에서 우주분야헬스케어까지
김정균 대표 경영 본격화...오너 3세 승계 원활
대표부터 사명까지 바뀐 1년...성적표는 합격점
우먼타임스 = 곽은영 기자
제약업계는 전통적으로 남성 중심의 보수적인 문화가 남아 있어 유리천장이 유난히 높은 업종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최근 R&D 비중이 늘어나면서 연구·개발 및 마케팅 분야에 포진해 있던 여성 인력의 임원 진출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우먼타임스가 국내 제약회사 가운데 여성 임원 비율이 높은 25곳을 중심으로 매출 실적과 함께 R&D 투자, 주요 신약 파이프라인, 지배구조와 경영 체제 등을 폭넓게 살펴본다.
다섯 번째 기업은 3세 경영을 본격화하면서 우주헬스케어 산업에 뛰어든 보령이다. [편집자주]
보령은 지난해 창업 65년 만에 사명을 ‘보령제약 주식회사’에서 ‘주식회사 보령’으로 바꿨다. 과감하게 ‘제약’을 지우면서 오너 3세 김정균 대표와 장두현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본격적인 오너 3세 경영에 시동을 건 보령은 미래 먹거리로 우주분야헬스케어 등 산업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보령제약은 사명을 바꾼 배경에 대해서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더 많은 성장과 투자 기회를 국내 제약산업뿐만 아니라 글로벌시장과 헬스케어 산업 전반으로 확장하고자 함이라고 설명했다. 김정균 대표는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새로운 수익기반 창출’에 주력할 계획임을 밝히기도 했다.
◇ 종로 5가 보령약국에서 우주분야헬스케어까지
‘보령’ 하면 흔히 ‘종로5가 보령약국’을 떠올리는 올드 소비자가 많다. 보령제약 김승호 명예회장은 1957년 10월 26세의 나이로 서울 종로5가에 5평 남짓한 크기의 보령약국 문을 열었다. 1963년에는 보령약품을 설립하며 의약품 도소매업에서 제조업으로 진출했다. 보령제약으로 사명을 바꾼 건 1966년이다.
보령은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을 넘나들며 수많은 간판약을 출시해왔다. 김 명예회장이 보령제약 창업 이후 처음 선보인 제품은 코로나19 재택치료 상비약으로 분류되기도 한 ‘용각산’이다. 1966년 일본 류카쿠산사가 개발한 용각산에 대한 기술제휴를 통해 보령제약이 제조에 뛰어들어 60년 가까이 생산·판매하고 있는 제품이다.
또 다른 히트작은 1975년 출시된 액체 위장약 ‘겔포스’다. 프랑스 기업과 기술제휴를 통해 안양공장에서 생산에 들어간 겔포스는 출시 4년 만에 매출액 16배 가까이 성장, 1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할 만큼 성장세가 가팔랐다.
이 시기는 보령의 몸집이 커진 때이기도 하다. 김 명예회장은 1979년 유아용품 사업에 뛰어들면서 ‘보령장업(현 메디앙스)’, 1984년 부동산임대업을 중심으로 하는 ‘보령산업(현 보령홀딩스)’, 1991년 첨단생명공학기업인 ‘보령신약(현 보령바이오파마)’, 2004년 ‘보령수앤수(현 보령파트너스)’ 등을 설립하며 사업을 다각화하며 보령제약을 그룹화했다.
그러면서 제약업계에서 장기 성장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신약 개발에도 힘을 쏟았다. 보령제약은 2011년 3월 국내 최초로 ARB계열 고혈압 신약인 ‘카나브’를 발매하고 3년 만인 2014년 1월 국내 고혈압의약품 시장에서 ARB 단일제 부분 월 매출 1위를 차지했다. 대한민국신약대상을 받은 국내 제15호 신약 카나브는 올해로 발매 12주년을 맞았다.
이밖에 보령은 전문의약품(ETC) 사업에서 향후 시장 성장 가치가 높은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당뇨, CNS, 항암제 등 5대 만성질환군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오너 3세 김정균 대표이사 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우주헬스케어와 같은 신사업에 공을 들이며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그동안 제약업계는 신사업을 하더라도 건강기능식품이나 기능성화장품, 동물용의약품처럼 기존 의약품과 관련성이 있거나 전문성을 연결할 수 있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사업을 다각화해왔다. 그러나 보령이 보인 행보는 지금까지 제약업계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보령은 김정균 대표가 경영 1선에 나선 최근 1년 사이 2년 치 순이익을 미국의 우주 인프라 개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보령이 새로운 먹거리로 선점한 분야가 ‘우주사업(CIS)’이라는 것이 놀랍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 김정균 대표 경영 본격화...오너 3세 승계 원활
보령은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명을 보령으로 바꾸고 김정균 보령홀딩스 대표이사를 사내이사로 선임한 데 이어, 보령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함으로써 김정균·장두현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했다.
보령은 지난해 1월 김 대표를 보령제약 신임 사장에 선임, 본격적인 3세 경영을 예고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1985년생으로 보령제약그룹 창업주 김승호 명예회장의 외손자이자 김은선 보령홀딩스 회장의 장남이다.
보령제약은 오너 3세인 김 대표가 경영 전면에 나서기 전까지 김은선 회장의 리더십으로 주목받아왔다. 김 회장은 김 명예회장의 네 딸 가운데 장녀로 1986년 보령제약에 입사, 2000년 보령제약 사장, 2001년 보령제약 부회장을 거쳐 2009년 회장으로 선임됐다. 오너·전문경영인 각자대표 체제를 유지하던 보령제약은 김 회장이 2018년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뀌었다.
김 회장은 아들인 김 대표가 2019년 보령홀딩스 대표로 선임되면서 보령홀딩스 대표직에서도 물러나 사내이사에만 이름을 올리고 있다. 보령제약과 보령홀딩스 대표직에서 연이어 물러나면서 김 대표 체제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현재 김승호 명예회장은 미등기 상근으로, 김은선 회장은 사내이사 상근으로 경영 전반을 돌보며 3대가 모두 임원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룹 경영권 승계를 공식화한 김 대표는 2011년 중앙대학교 약학과를 졸업하고 삼정KPMG에서 근무하다 2014년 보령제약 이사대우로 입사해 전력기획팀, 생산관리팀, 인사팀을 거쳐 2017년부터 지주회사 보령홀딩스의 사내이사 겸 경영총괄 임원을 맡았다. 2019년 보령홀딩스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김 대표의 승계는 원활했다고 평가된다. 지난 12월 말 기준 지배구조상 보령제약의 최대주주는 지분 37.1%를 보유한 보령홀딩스다. 보령홀딩스의 1대 주주는 44.9%를 보유한 김은선 회장, 2대 주주는 22.6%를 보유한 김정균 대표다. 보령-보령홀딩스-오너가로 집약되는 구조다.
◇ 대표부터 사명까지 바뀐 1년...성적표는 합격점
지난해 사명부터 대표이사까지 모두 바꾼 보령은 작년 한 해 성장세를 보였다. 오너 3세 경영을 본격화한 1년 동안 합격점을 받은 셈이다.
지난해 보령의 매출액은 7605억 원으로 전년 6273억 원 대비 21.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66억 원으로 전년도 414억 원보다 36.6% 상승했다.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도 203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11% 증가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주총에서 미래 먹거리로 ‘우주 헬스케어’ 진출 계획을 선언하고 관련 사업을 직접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민간 상업용 우주정거장을 가진 ‘액시엄 스페이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두 차례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보령의 액시엄 스페이스 지분율은 2.7%로 2021년 당기순이익 2배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했다고 전해진다.
김 대표는 직속 부서 개편을 통해서 투자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지난해 최고운영책임실이었던 대표 직속 부서를 글로벌투자센터로 바꾼 것이 그 일환이다.
우주 헬스케어 프로젝트는 대표직에 오르기 전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왔다고 알려진다. 2020년부터 우주 헬스케어 기업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트업 발굴·육성, 민간 우주정거장 개발 스타트업 액시엄 스페이스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케어 인 스페이스(CIS)’ 준비했다. 지난해에는 액시엄 스페이스 등과 함께 CIS 챌린지를 열어 의료기기·진단·제약 스타트업 6곳에 각각 1억 원의 투자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최고경영자 레터에서 신사업 추진 배경에 대해서 “회사가 이익을 늘려나가는 이유는 더 큰 성장을 위한 미래 투자 재원을 만들기 위함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류에게 꼭 필요한 회사가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 우주 공간을 구상하게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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