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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타임스] 늙어서도 고달픈 한국 여성…84세 돼서야 가사노동 해방

by 우먼타임스 2023. 6. 28.

통계청, ‘무급 가사노동 평가액’ 분석
한국 여성, 남성보다 가사노동 ‘91조원’어치 더 한다
노년층 손주돌봄 등 가사 크게 늘어
가사 노동, 여성이 남성의 2.6배


우먼타임스 = 한기봉 기자

돌봄을 받을 나이에 돌봄을 제공하는 한국 여성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평생 아이를 키우고 교육시키고 시집장가 보낸 후, 숨 좀 쉴 나이에 손주를 돌보거나 비정규직 일자리를 찾는 한국의 어머니들이다.

또 한국 여성의 가사노동 부담은 남성의 3배에 가까운 것으로 조사됐다. 자녀 양육 등 가사노동 부담이 가장 큰 연령은 38세였다.

통계청은 28일 ‘무급 가사노동 평가액의 세대 간 배분 심층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무급 가사노동은 국민계정(GDP)에 포함되지 않는 비시장 노동으로, 가정 내에서 보수 없이 이루어지는 식사, 육아, 청소, 돌봄 등 모든 가사 활동을 말한다.

이에 따르면 노년층의 가사 노동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2019년 기준 노년층(65세 이상)의 가사노동 생산액은 80조 9000억 원으로 2014년 49조 2040억 원에서 큰 폭으로 늘었다. 노년층의 가사노동 생산 비중이 13.6%에서 16.5%로 증가한 것이다.

인구 고령화로 노인 인구가 늘면서 노년층의 가사 노동이 많아진 것이다. 노년층의 손주 돌봄이 가사노동을 늘린 요인 중 하나다.

노년층이 따로 사는 손자녀를 돌보는 데 들어간 노동 가치는 3조 원을 넘었다. 2019년 기준 가구 간 노년층의 가사 노동 규모는 총 3조 7000억 원인데 이 가운데 약 3조 1000억 원이 오롯이 가족 돌봄에 쓰였다.

손자녀 돌봄과 퇴직 후 가정관리(음식·청소·세탁 등)에 할애하는 시간이 늘면서 1인당 가사노동 생산액은 66세에 1205만 원으로 조사됐다.

황혼육아하는 할머니. (SBS 스페셜 화면 캡처)

1인당 가사노동을 성별로 보면 여성은 25세부터 흑자에 진입해 83세까지 흑자를 유지하다 84세가 되면 적자로 전환된다. 59년간 가사노동을 가족구성원들에게 제공하다가 84세나 되어서야 돌봄을 받는다는 의미다.

자녀, 배우자 등 다른 가족 구성원에게 가사노동을 제공하는 양이 받는 양보다 많으면 흑자이고 반대면 적자다.

이와 반대로 남성은 31세에 흑자로 전환한 뒤 47세에 적자로 돌아섰다. 남성은 가족에게 가사 노동을 준 기간이 16년에 불과했고 47세부터는 가사노동을 다시 공급받았다.

여성의 흑자 기간은 59년으로 남성(16년)의 3.7배였다. 여성의 경우 평생 가사노동을 356조 원 생산해 남성(134조 9000억 원)의 2.6배나 많이 가사노동에 기여했다. 평생 남자는 91조 6000억 원 적자를 냈지만 여자는 91조 6000억 원 흑자를 냈다. 전업주부의 무급 가사노동을 시장가치로 평가했을 때 여성들은 평생 남성들보다 약 91조 6000억 원 어치를 더 일하고 있다는 의미다.

(통계청)

남녀 모두 자녀 양육 등이 활발한 38세에 최대 흑자(1026만 원)를 기록했다. 39세부터는 흑자 폭이 줄어들다 75세에 가사노동 소비가 더 많은 적자로 다시 바뀌었다.

한편 가사노동의 연간 경제적 가치는 2019년 기준 490조 9190억 원으로 5년 전인2014년의 361조 5020억 원보다 35.8%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