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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우먼타임스] [환경칼럼] 공공기관 구조물, 조류충돌 저감장치 의무화

by 우먼타임스 2023. 6. 12.

 

투명창에 부딪쳐 연간 800만 마리 폐사

공공구조물 규정크기 이상 무늬 넣어야

'야생생물법 개정안' 6월 11일부터 시행

 

우먼타임스 = 유진상 대기자

 

요즘 짓는 건축물이나 리모델링을 할 때 외관을 투명유리로 장식하는 건물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건축물 때문에 매년 수많은 야생 조류가 투명창에 충돌해 부상을 입거나 폐사하고 있다.

 

환경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연간 약 800만 마리, 하루 약 2만 마리 이상의 야생 조류가 투명 유리창에 부딪쳐 죽는다. 대부분의 새들은 일부 맹금류를 제외하고, 천적을 경계하기 용이하도록 머리 측면에 눈이 붙어있다.

 

눈이 측면에 있어서 시야가 좁아져 유리창 같은 구조물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고 한다. 또한 새들은 중력을 이겨내고 날기 위해서 평균 시속 36~72km의 빠른 속도로 비행하게 된다. 이때 유리창에 부딪치면 그 충격으로 죽을 수밖에 없다.

 

투명유리는 비단 새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위험 요소가 된다. 실제로 몇해 전 부산의 공동주택에서는 한 어린이가 유리문에 부딪쳐 다치기도 했다. 피해 어린이는 유리로 된 아파트 출입문이 열려있는 줄 알고 뛰어나가다 깨지는 유리파편에 얼굴을 크게 다쳤다. 결국 관리소홀 책임으로 소송까지 이어졌던 사례다.

 

야생조류 비행에 걸림돌이 되는 구조물은 건물의 유리외벽, 도로의 투명방음벽, 유리로 만든 버스정류장 등을 꼽을 수 있다. 위와 같은 투명창 인공구조물에 부딪쳐 폐사한 조류는 몸집이 작은 텃새부터 멸종위기종까지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들의 충돌을 막기 위해서는 가급적 투명창 설치를 줄이고, 부득이 투명창을 설치하더라도 장애물로 인식할 수 있는 일정 간격의 무늬를 넣어야 한다. 환경부는 이와 같은 것을 반영해 2019년 ‘조류 투명창 충돌 저감대책’을 수립해서 시행하고 있다.

 

투명방음벽을 설치할 경우, 조류충돌 예방조치를 의무화하는 규정과 ‘조류충돌 저감 지침서’도 만들어 지자체와 건설업계 등에 배포해오고 있다. 또한 투명창을 설치할 경우, 그림이나 색깔 등을 넣도록 의무화했다. 이를 간과하고 이미 설치된 시설물에는 조류 충돌방지 테이프나 스티커를 부착하는 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고속도로 투명방음벽에 부딪쳐 죽은 야생조류. (사진=환경부)

환경부의 이러한 대책은 건축물을 설계할 때부터 조류충돌 저감 조치를 하도록 유도하기 위함이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에서 설치·관리하는 건축물·방음벽·유리벽 등 인공구조물에 야생동물 추락·충돌사고를 최소화하는 야생생물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공포하고, 6월 1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개정안은 지난해 6월 공공기관이 야생동물 충돌·추락 피해 예방을 위해 소관 인공구조물을 설치·관리하도록 의무를 부여한 규정이 신설됨에 따라 마련됐다. 개정안에는 제도 운영에 필요한 야생동물 피해 실태조사 방법 등의 세부 사항을 규정했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에서는 조류 등 야생동물의 충돌 피해를 일으키는 투명하거나 빛이 전(全)반사되는 자재로 지어진 구조물을 설치할 때 일정 크기 이상의 무늬를 의무적으로 넣도록 했다.

 

구체적으로 선형 가로무늬는 '굵기 3㎜ 이상, 상하 간격 5㎝ 이하', 선형 세로무늬는 '굵기 6㎜ 이상, 좌우 간격 10㎝ 이하'로 규정했다. 또 기하학적 무늬를 포함한 다른 무늬는 '지름 6㎜ 이상, 무늬 간 공간 50㎠ 이하, 상하와 좌우 간격은 각각 5㎝와 10㎝ 이하'가 되도록 했다.

 

이와 함께 개정안은 수로 등 야생동물이 추락할 위험이 있는 구조물을 설치하는 경우, 탈출·횡단·회피 유도시설 등 추락을 방지할 최소한의 시설도 마련하도록 했다.

 

농수로에 떨어져 죽는 야생동물은 연간 9만 마리(양서류와 파충류 제외)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탈출시설이 없는 수로에서는 1㎞당 0.57개 폐사체가 발견됐는데 시설이 있는 수로에서는 1㎞당 0.2개만 발견됐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개정안은 환경부 장관이 매년 야생동물 충돌·추락 실태조사 계획을 수립해 이행하고, 큰 피해가 되는 구조물은 해당 기관에 조치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는 "개정안 시행을 통해 야생 조류를 죽음에 이르게 했던 문제해결의 단초를 마련한 점은 반길 일이다"면서도 "민간이 지은 건축물이나 방음벽 등은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완도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람과 야생동물이 공존하는 환경 조성을 위해 우리 모두 세심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개정된 관련 법 시행을 계기로 야생조류의 충돌⋅추락으로 인한 피해가 줄어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