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도입한 지 올해로 20년 맞아
환경보전과 재활용산업 육성취지
우먼타임스 = 유진상 대기자
EPR제도를 도입한 지 올해로 20년이 됐지만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일부는 'PRI는 들어봤는데 EPR은 글쎄요?' 라고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군 복무를 한 사람이라면 대부분 PRI를 안다. PRI(Preliminary Rifle Instruction)는 ‘사격술 예비훈련’으로, 녹록치 않은 훈련 과정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P=피가 나고 R=알이 박히고 I=이가 갈리는 훈련'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EPR과 PRI는 전혀 관련이 없다. EPR(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은 ‘생산자책임재활용 제도’를 말한다. 즉 생산기업의 제품이나 포장재 폐기물에 대해 일정량의 재활용 의무를 부여하고, 이행을 못할 경우 부과금을 물리는 제도이다.
폐기물 재활용에 대한 법적의무는 생산자이지만, 재활용 전 과정을 모두 책임지라는 의미는 아니다. 소비자·생산자·정부(지자체 포함)가 역할을 분담하는 체계이지만 제품의 설계부터 포장재 등의 선택에서 결정권을 가진 생산자가 재활용 체계의 중심 역할을 수행하도록 한 것이다.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 홍보 카드뉴스. (한국환경공단 홈페이지 캡처)
EPR제도는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서부유럽 국가와 체코, 헝가리 등 동부 유럽, 일본, 호주, 뉴질랜드뿐만 아니라 멕시코, 브라질, 페루 등 남미까지 확대되는 추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생산자책임 원칙에 따라 1992년부터 운영해 오던 예치금제도를 보완 개선, 2003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의 근본 취지는 환경보전과 재활용산업 육성에 있다.
제도 시행 20년 동안 재활용에 따른 경제적 편익이 12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이 제도는 자원재활용법상 28종(포장재 4종, 제품 24종)과 전자제품 등 자원순환법상 5개 군 온도교환기기, 디스플레이기기, 태양광 패널 등 50종을 대상으로 시행 중이다.
재활용의무 대상 품목은 2003년 12종에서 올해 현재까지 28종으로 확대됐다. 재활용률은 제도시행 초기 12종에서 출고·수입량 대비 약 40% 수준이었지만, 2021년에는 18종에서 출고·수입량 대비 약 73%까지 높아졌다.
또한 2003년 제도 시행 이후 2021년까지 누적 재활용량은 2900만톤(t)으로 경제적 편익은 12조 182억원으로 추산된다. EPR제도는 환경부의 자원순환국과 산하기관인 한국환경공단의 자원순환본부에서 총괄적으로 관리·감독을 맡고 있다.
또한 품목별로 전담 기관(공제조합)이 설립돼 있다. 구체적으로 전기전자, 전지, 윤활유, 타이어, 조명, 자동차 관련 공제조합이 있고, 포장재 재활용 기관으로 포장재공제조합, 유통지원센터, 농수산공제조합, 소주·맥주병 재사용 촉진을 돕는 순환보증금센터 등이 있다.
여기에 더해 올해부터 플라스틱 재활용에 대한 자원순환제도가 자발적 협약에서 EPR제도로 바뀌면서 관련 8개 단체가 공제조합으로 전환돼 출범했다.
플라스틱 폐기물 회수, 재활용에 대한 자발적 협약은 폐기물부담금 대상인 플라스틱 제품의 제조·수입업자와 의무이행단체가 협약을 체결하고, 이를 실천하면 폐기물부담금을 면제해주었다.
그러나 올해부터 자발적 협약이 EPR로 전환되면서 별도의 공제조합을 설립해서 운영에 들어갔다. 자발적협약 대상에서 공제조합으로 바뀐 곳은 8개 달한다.
먼저 ㈔한국바이닐환경협회(프로파일,바닥재)에서 파생돼 설립한 ㈔한국건축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은 창틀, 문틀, 바닥재와 염화비닐관공업협동조합이 관리하던 폴리염화비닐(PVC)제품을 통합하여 설립했다.
폴리에틸렌관(PE) 생산자 모임인 한국 PE관공업협동조합(회원사 52곳)은 ㈔한국폴리에틸렌산업공제조합으로 문패를 바꿔달았다. 또한 로프, 안전망, 망(어망) 등을 생산하는 기업모임인 ㈔한국해양폐기물자원순환협회(35개사)는 ㈔한국해양플라스틱재활용사업공제조합으로 새롭게 출범됐다.
파렛트, 컨테이너 등을 제조하는 ㈔한국파렛트컨테이너협회(16개사)는 ㈔한국순환물류용기재활용공제조합(60개사), 전력, 통신선을 생산하는 한국전선공업협동조합은 ㈔한국전선재활용공제조합(76개사)이 됐다.
이밖에 건설용 발포폴리스티렌을 제조하는 한국발포플라스틱공업협동조합은 ㈔한국발포플라스틱재활용사업공제조합(35개사), 자동차AS용 범퍼, 몰딩을 생산하는 ㈔한국자동차자원순환협회는 ㈔한국자동차자원순환공제조합으로 각각 새로 출범됐다.
시행 20년을 맞은 EPR제도는 제품과 포장재의 다양화 추세에 따라 대상 품목과 제도 운영 방식도 변화가 요구된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제도의 중·장기 대책을 마련해 시대 변화에 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소비자인 국민은 가정에서 발생한 재활용 폐기물을 올바르게 분리배출하는 것도 EPR제도 취지인 환경보전과 재활용산업 발전에 큰 기여를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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