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질별 6개 협회를 통합해 두 개 기관으로
2013년 12월…공제조합과 유통센터 발족
EPR 품목인 6개 포장재 재질 재활용 전담
향후 10년, 재활용 산업 안정화 노력 필요
우먼타임스 = 유진상 대기자
환경부 유관기관인 공익법인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과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가 출범된 지 10년이 돼 간다. 두 기관은 2013년 12월에 각각 출범됐다.
◇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시행 20년
또한 폐기물 중 일정량 이상 자원으로 재활용하도록 생산자에게 의무를 부여한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를 시행한 지 올해로 20년이 됐다. 포장재공제조합과 유통지원센터의 출범은 EPR 제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EPR 제도는 생산자가 재활용 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재활용에 소요되는 비용 이상을 부담하도록 설계된 제도이다. 1992년부터 시행한 '폐기물예치금제도'를 보완해 2003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포장재공제조합과 유통지원센터는 6개 포장재질(금속캔, 페트병, 플라스틱, 유리병, 종이팩, 스티로폼)을 생산·수입해 사용하는 생산자의 재활용 의무이행을 대행한다.
EPR제도 시행 20년 동안 재활용 의무대상 품목은 2003년 12종에서 2023년 28종으로 크게 늘었다. 재활용률 역시 2002년 12종에서 출고·수입량 대비 약 40% 수준이었으나 2021년에는 18종에서 출고․수입량 대비 약 73%까지 높아졌다. 또한 2003년 제도 시행 이후, 2021년까지의 누적 재활용량은 2900만 톤(t)으로 경제적 편익은 12조 182억원으로 추산됐다.
◇ 두 기관, 환경부 공익법인으로 출범
EPR품목 중 6개 재질의 포장재는 각각의 협회에서 재활용 업무를 담당했다. 하지만 여러 개 재질의 포장재를 취급하는 생산자로서는 재질별 협회에 따로따로 가입해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또한 일부 재활용 업체는 실적을 부풀려 재활용 지원금을 부당 수령하는 등 잡음도 많았다.
이에 따라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의무 생산자가 협회에 중복 가입해야 하는 불편을 해소하고, 행정비용을 절감하는 차원에서 2003년 12월, 6개 협회를 통합한 포장재공제조합과 유통지원센터를 각각 출범시켰다. 두 기관의 설립은 그해 5월 개정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후속 조치에 따라 이뤄졌다.
환경부는 기존의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고, 지원금을 보다 투명하게 집행하기 위해 대수술을 단행한 셈이다. 우선 분산된 협회를 하나의 공제조합으로 묶고, 이어 재활용 사업자에게 지원금을 분배하는 ‘유통지원센터’를 설립했다.
큰 틀에서 포장재공제조합은 의무생산자들로부터 분담금을 받아 재활용 의무이행을 대행하고, 유통센터는 폐자원 회수업체와 재활용업체의 유통량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분담금을 지원하는 역할을 부여했다.
◇ 포장재 품목 재활용률 높이는데 기여
두 기관은 그 동안 포장재 재질의 재활용률을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6개 재질의 포장재는 출범 당시인 2013년, 재활용량이 98만 9653t이었지만 2021년 137만 4886t으로 약 38만 5000t이 늘었다.
특히 이 중 플라스틱 재활용량의 변화가 눈에 띈다. 2013년 31만 3932t이었던 재활용량은 2021년 60만 6669t으로 배 이상 증가했다. 또한 페트병도 17만 5079t에서 26만 8868t으로 크게 늘었다.
포장재공제조합과 유통지원센터의 공로는 단순히 재활용량을 늘린 것뿐만이 아니다. 공동주택과 군부대, 재활용업체 등의 우수사례 발굴전파를 비롯, 각종 전시회와 캠페인도 활발히 전개했다. 이를 통해 국민의 올바른 재활용품 분리배출 실천을 이끌어냈다.
◇ 종이팩·유리병 품목의 재활용률 저조
6개 포장재 총량으로 따지면 목표량을 초과했지만 재질별로 평가하면 미흡한 점도 있다. 종이팩과 유리병과 같은 품목은 여전히 재활용률이 낮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환경단체는 "전체 재활용량으로 보면 양적인 면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질적인 측면에선 아직도 미흡하다"며 "재활용 원료의 품질을 높이고, 재활용 원료 쓰임새를 늘리는 등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종이재질인 우유나 두유팩은 출고량 대비 재활용 의무량 부여가 낮은데다 재활용 실적 또한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종이팩 출고·수입량은 7만 2796t으로 집계됐다. 이 중 재활용 의무량은 1만 6597t인데 이마저 실제 재활용량은 1만 182t으로 의무달성률 61.3%에 그쳤다.
소주·맥주병은 재활용이 아니라, 재사용 포장재이다. 빈병 보증금제 시행 품목으로 별도 기관인 '자원순환보증금센터'의 관리 품목이다. 이를 제외한 건강음료 등의 유리병은 파쇄해서 병으로 다시 만들거나 도로기층제 등으로 활용된다. 그런데 유리병의 재활용 실적 역시 2013년 98.1%에서 2021년 89.7%로 낮아졌다.
재활용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소주 맥주병 보증금이 낮을 때는 깨지는 양도 많았고, 일부러 깨뜨려 재활용량을 늘리기도 했다"면서 "지금은 보증금이 소주병(100원), 맥주병(130원)으로 오르면서 빈병 재사용률이 높고, 깨지는 물량이 줄어든 것도 일부 영향이 있다"고 귀띔했다.
이보다 더 큰 이유는 "제병사(유리병을 파쇄해 다시 병을 만드는 업체)들의 병 생산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재활용률이 낮아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 포장재 재활용, 질적 성장위한 변화 필요
폐기물 재활용 업무 주관부처인 환경부는 최근 EPR제도 20주년을 기념해 운영성과를 분석하고, 향후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세미나를 개최했다. 제도시행 이후,재활용 업계의 양적인 성장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환경부 역시 질적 성장을 위해 제도와 새로운 발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한다.
세미나에서는 재활용 산업의 질적성장을 위해 회수·선별 과정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선별 효율이 떨어지는 시설은 폐쇄 후, 신규시설로 교체하거나 인공지능(AI) 로봇을 활용한 자동화 전환 등 새로운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향후 폐기물 산업 발전 방안으로 EPR 제도 재정비와 함께 재활용 시장 안정화를 꼽았다. 재활용 업계는 "재생원료 사용처를 늘리고, 국내외 경제상황 변화에 민감한 재활용 시장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국내외 산업 여건은 급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한 대응 전략과 세계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재활용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지원 방안도 모색돼야 한다. 출범 10년이 된 포장재공제조합과 유통지원센터. 향후 10년도 환경보전과 재활용 산업 발전을 위해 선도적 역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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