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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우먼타임스]지금은 여성 예능 전성시대... 그러면 다음은?

by 우먼타임스 2023. 6. 23.

 

우먼타임스 = 이한 기자

 

TV에서 여성 예능인을 보기 어렵던 시절이 있었다. 여러 명의 남성이 출연해 그들 위주로만 콩트와 프로그램이 진행되거나 일부 여성 출연자가 등장해도 그저 보조 역할 정도에만 그치는 콘텐츠가 많던 시절이다. 하지만 지금은 옛날 얘기가 됐다. 지금은 여성 예능 전성시대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런 흐름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할까?

 

넷플릭스 시리즈 '사이렌 : 불의 섬' (넷플릭스)

힘세고 씩씩한 여성들의 매력으로 인기를 끈 프로그램이 있다. 고립된 섬에 모인 국가대표 운동선수와 군인, 경찰, 소방관 등이 근육질 몸을 내보이며 서바이벌 경쟁을 벌였다. 그들은 웃통 벗고 도끼질하며 굵직한 통나무 장작 30개를 쪼갰고 거친 나무와 높은 담벼락을 평지 가듯 오르며 상대와 처절하게 몸싸움을 벌였다. 지난 5월 30일 공개돼 화제가 됐던 넷플릭스 시리즈 <사이렌 : 불의 섬> 얘기다.

 

이 시리즈에는 6개 직업군에서 4명씩 총 24명의 여성이 출연했다. 경찰, 소방관, 경호원, 군인, 운동선수, 스턴트 배우 팀이다. 하나같이 튼튼한 몸과 강인한 체력을 앞세운 직업들이다. 이들은 외딴 섬에서 각자의 기지를 빼앗고 힘과 지략 대결을 벌이며 경쟁했다.

 

이들은 과거 어떤 예능처럼 ‘여성이어서 잘 못하는 모습’으로 관심을 끌거나 ‘여성인데도 제법 열심히 하는’ 모습으로 관심을 끌지 않았다. 이들은 그냥 뭐든지 다 잘 했다. 출연자들은 “센 놈이랑 붙자, 그래야 멋있지” 하며 결의를 다졌고 “누가 우리를 이기겠어” 라고 되뇌이며 한계 없는 자신감을 내보였다. ‘여성적’ 또는 ‘남성적’이라는 기준과 굴레를 깨트리는 장면이었다. 이들의 거침없는 이런 발언은 해당 회차 제목으로도 사용됐다.

 

사실, 그런 굴레는 처음부터 없었어야 옳다. 여성이니까 이래야 하고 남성이니까 저래야 하는 게 아니라는 의미다. 하지만 세상에는 그런 시선이 여전하다. 경찰팀 한 참가자는 ‘현장에서 남자 경찰이 형사님 소리를 듣는데 자신은 아가씨라고 불린 경험이 있다‘고 털어놓으며 “아가씨가 아니고 형사입니다”라고 말했다.

 

지금껏 그런 시선이 여전했기에 힘세고 씩씩한 출연자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고 더 멋지게 보여진 부분도 있다. 그들이 멋있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그런 모습이 유난히 멋져 보여야 하는 지금까지의 현실, 한정된 시선으로 여성을 바라보던 지금까지의 관점이 멋있지 않았다는 뜻이다.

 

고립된 공간에서 참가자가 생존 경쟁 벌이는 포맷은 사실 새로운 설정이 아니다. 그런 프로그램을 시청자들은 과거에도 많이 봤다. 그런데도 사이렌이 신선하고 새롭게 여겨진 이유는 참가자가 모두 여성이어서다. 이런 콘텐츠가 과거에는 많이 만들어지지 않았고 일상적으로 소비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물론, 예전 프로그램이라고 모두 여성을 획일화된 이미지로만 드러낸 건 아니다 과거에도 마른 몸에 앳된 미소를 가진 여성만 TV에 나온 건 아니라는 얘기다. 그 시절에도 힘 세고 튼튼한 여성 캐릭터가 있었다. 하지만 본드걸은 007의 곁에서 보조적인 역할에 그쳤고 국내 방송가에서도 한동안 여성 예능인의 설자리가 좁다는 지적이 제기됐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사이렌을 모두 봤다는 한 시청자는 “출연자를 성적으로 대상화하거나 섹시한 매력으로만 소비하지 않아서 좋았다”고 말했다. 이 시청자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인데 그 당연한 일이 멋지고 괜찮은 일처럼 느껴지는 게 한편으로는 기분이 묘했다”고 말했다.

 

굳이 ‘여성 예능’이라는 타이틀을 붙이지 않아도 좋을 만큼 여성이든 남성이든 동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 힘 세고 씩씩한 여성도 전혀 신기하지 않게 여겨질 만큼 ‘여성적’이라는 굴레가 희미해지는 사회를 그려본다. 앞으로의 대한민국은 ‘여성 예능’ 전성시대가 아니라 차별과 편견 없이 ‘모두의’ 전성시대가 되면 좋겠다는 얘기다.

 

#여성예능 #사이렌 #넷플릭스